네이버 뉴스개편, 언론사와 '윈윈' 가능할까
[뉴스해설] 언론사들 엇갈린 반응…""진일보"" ""눈가리고 아웅""
2006년 08월 24일
네이버가 지난 21일 홈페이지 첫 화면에 언론사별 뉴스코너를 신설하고 검색시 해당 언론사 페이지로 아웃링크되는 내용을 뼈대로 뉴스서비스 개편안을 발표한 데 대해 언론계 반응이 미지근하다
네이버가 나름대로 페이지뷰 하락까지도 염두에 두면서 제시한 포털-언론사간 '상생모델'이지만, 인터넷 여론을 좌지우지하는 포털의 영향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면서 나온 고육지책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언론계에서도 그동안의 '갑과 을 관계'가 크게 뒤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부 언론사에서는 ""그동안 공생관계로 한 걸음도 못내디디다가 첫단계나마 반걸음 내딛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인터넷기자협회 ""근본적 문제해결 회피한 '눈 가리고 아웅하기'식 발상""
매체사별 입장 차이가 크다보니 네이버의 개편안을 바라보는 시선도 엇갈리고 있다.
네이버가 뉴스 개편안을 발표한 뒤, 인터넷기자협회(인기협)는 성명을 내어 ""시도는 의미 있지만 뉴스서비스의 근본적인 문제점 해결을 회피한 '눈 가리고 아웅하기'식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인기협은 ""개편안은 포털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자체의 반성과 고민보다는 외부의 비판과 사회적 압력에 따른 자구책으로 해석된다""며 ""네이버가 기존 뉴스편집 방식과 기조를 유지하면서 일부 언론사에 자체 편집권과 아웃링크 방식을 준다는 것은 '미디어 양극화'를 심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기협이 이런 비판을 하는 것은 언론사들이 실제 개편안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사별로 네이버 편집을 담당할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뉴스를 일률적으로 보낼 경우 네티즌들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언론사들은 포털에 걸맞고 네티즌이 원하는 뉴스를 좀더 비중있게 보여주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현재 메이저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별도의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에 '미디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인기협의 지적이 일면 타당한 측면도 있다
이용자들 4개매체 선택…매체 선호도 수치
특히 네이버의 이번 개편안 내용 가운데에는 인터넷뉴스 서비스 이용자들이 제각기 선호하는 언론사를 최대 4개까지 지정, 미리 볼 수 있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다.
이 개편안대로 진행될 경우 언론사별 선호도가 극명하게 수치화된다. 언론사별 선호도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런 수치를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지만, 언론사별 선호도와 트래픽 등의 수치는 장기적으로 콘텐츠 사용료 재계약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실제 다른 포털사의 경우 언론사와의 콘텐츠 재계약 시점에 트래픽 저하 등을 이유로 계약료를 내리려는 시도를 한 사례가 있다.
이런 이유로 언론사들은 자극적인 제목달기와 네티즌이 좋아하는 뉴스 생산에 고심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A언론사닷컴 관계자는 ""포털 이용자가 가진 연성뉴스 위주의 소비패턴에 닷컴언론사들이 끌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손해보는 장사하는 이유는
어찌됐든 네이버는 편집의 일부 권한을 언론사에게 맡기면서 편집문제에 따른 사회적 책임의 일부를 언론사에 넘겨 외부의 비판에 대해서는 좀더 유연해질 수 있게 된다.
조선일보는 지난 8월16일자 14면 <포털 ""뉴스제공 언론사와 편집권 공유…유통에 충실"" 규제의 칼에 '도마뱀 꼬리 자르기'>라는 기사를 통해 네이버가 자체 편집권을 버리지 않고 일부만 언론사에 맡기는 점을 문제삼았다.
조선일보 백강녕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갑자기 친절해진 네이버씨, 언론닷컴과 만나다>라는 글에서 ""네이버가 손해가 분명한 장사를 시작하려는 이유""를 '공공의 적으로 몰리는 부담감'으로 표현했다.
백 기자는 또 ""제안 자체는 매력적이다""면서도 ""그러나 뉴스를 보기 위해 언론사 사이트를 직접 찾을 이유가 없어진다. 큰 틀에선 더욱 네이버에 끌려가는 꼴이다. 그러나 거부하기는 힘들다. 경쟁 사이트들이 네이버의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홀로 거부할 경우 손익을 따져보면 당장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언론사닷컴 관계자들도 백 기자의 생각과 비슷하다.
B언론사닷컴 관계자는 ""'큰 형님'이 움직이는데 안 따라갈 수 있겠느냐""고 자조섞인 반응을 했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의 뉴스 개편안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C언론사닷컴 관계자는 ""트래픽이 늘어난다해서 곧장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서는 큰 실익은 없다""면서도 ""포털과 언론사가 공생 협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각 언론사들은 네이버의 개편안을 놓고 실익 계산에 여념이 없다.
언론사닷컴들, 네이버 개편안은 '최선' 아닌 '차선
언론사닷컴 쪽에서는 네이버의 개편안이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라는 점에서는 동감하고 있다.
한국온라인신문협회 소속 언론사닷컴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온라인신문협회 소속 회원사간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의견조율이 된 부분이 '아웃링크' 였다. 다음에 이어 네이버까지 '아웃링크' 방식이 도입되면서 다른 포털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포털들이 아웃링크 방식으로 정리되면 언론사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대안을 모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게다가 네이버가 일부 트래픽을 각 언론사로 분산함에 따라 개별 언론사가 얻게 되는 이익을 공유하자고 얘기하지 않는 점을 들어 이번 개편안에 대해 네이버의 고육지책만이 아닌 진정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온라인신문협회 한기봉 회장은 ""지금 뭐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심정""이라면서도 ""네이버가 먼저 제안한 것에 대해서는 진일보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 회장은 ""이용자가 신문사 4개를 선택하는 문제나 언론사별 뉴스공간을 제공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론사별 입장이 다를 수 있어 다음주 온신협 모임을 열어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용석 교수 ""하나의 해법제시…윈윈효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
건국대 황용석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서 조심스럽기는 하다""고 단서를 달면서 ""뉴스 소비가 포털로 집중되면서 기존 뉴스 사업자와의 갈등과 뉴스편집의 품질, 뉴스 연성화 등 이용자와의 갈등이 나타났는데, 이번 개편안은 이 가운데 뉴스사업자와의 갈등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포털이 사회적 집중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에 응답을 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현재의 집중화된 현상 해소나 신문사와의 윈윈 효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그러한 불확실성의 요인으로 ""오프라인상에서의 매체간 불균형이나 비대칭성이 온라인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황 교수는 ""포털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응답한 것은 사회가 요구한 방향임에는 틀림없는데 다른 외부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한국 신문시장의 복잡한 경쟁구도로 인해 모두를 불만족스럽게 할 수 있는 잠재요인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네이버 ""공통된 판단기준 만들기 위해 검토중"
한편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 네이버 교육실에서 열린 언론사 관계자 대상 개편안 설명회에서는 △4개 매체를 선택하는 문제 △언론사별 뉴스공간을 할당하기로 한 매체(5년 이상 된 언론사로 네이버와 계약된 언론사)의 선별 기준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네이버 쪽은 ""일단 서비스업체 입장에서 만든 가이드로서 서비스의 퀄리티를 일정부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이해해달라""며 ""이를 위해 현재 리서치 기관에 의뢰하여 공통된 판단기준을 만들어 보려고 검토중이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뉴스공간을 할당하기로 한 언론사 가준 문제에 대해서는 ""단순히 5년으로만 보지 말고 얼마든지 개별 논의가 가능하다""며 ""현재로서는 5년이라는 년수를 기준으로 밖에 할 기준이 없지만, 이것이 영원한 것은 아니고 계속 이부분은 검토중이며, 연말쯤 재발표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경 기자 (
suuk@mediatoday.co.kr)